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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지금 내 곁에는 좋은 친구가 얼마나 있는가 (논어의 익자삼우 ft. 주희)

by 낭호 2023. 1. 29.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서 평생 진정한 친구 하나를 구하지 못했음을 한탄하곤 한다. 친구가 많은 줄 알았는데 정작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의지할만한 친구 하나가 없더라는 말이다. 그럼 이런 좋은 친구는 어떤 친구를 말하는 것인가 궁금해진다. 실제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논어 계씨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공자왈: "나에게 이로운 좋은 친구는 정직하고, 신의가 있으며, 박학다식한 친구이다. 반면 나에게 해로운 나쁜 친구는 겉모습에만 신경쓰고, 성의없이 듣기 좋은 말만 하며, 아는 것 없이 말만 앞서는 친구이다. "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 주희는 이 문구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벗이 정직하면 나의 허물을 들을 수 있고, 벗이 성실하면 나도 성실함으로 나아가고, 벗이 견문이 넓으면 나의 지혜도 밝아지게 된다. 하지만 벗이 외모만 그럴싸하거나 아첨을 잘 하거나 말기술만 좋다면 이로운 벗을 사귀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나에게 입에 발린 말 하지 않고 진실되게 말하고 행동하며, 의리가 있고, 자신도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하여 넓은 견문을 지닌, 세상보는 눈을 가진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예전의 말이지만 사람에 관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미가 있다. 오히려 여러 신경쓸게 많은 번잡한 현대 세상과 달리 사람과 삶 자체에 대해 사색할 시간과 기회가 많았던 예전의 사상가들이 사람과 삶의 본질을 더 꿰뚫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가 고전을 읽고 사람과 삶에 대해서 깨우치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쓴소리를 자주 하는 친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관계론에서도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말은 가급적 삼가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생각에 이런 경우는 두 가지이다.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니거나, 인간으로서 발전할 의지가 없거나. 나는 저 친구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저쪽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불편한 상황이 생길수 있고, 둘 모두 진정한 친구라 생각하지만 한쪽은 타인과 나 사이에 선을 확실히 긋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 생길수 있다.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가 이런 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좋은 친구라는 것은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내 나름의  좋은 친구는 서로간에 확고한 신뢰가 쌓여 있고, 아무런 부담 없이 속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그리고 가끔은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친구이다. 경험상 이런 친구는 즐거울 때보다는 힘들 때 더 잘 드러난다.

하지만 논어의 기준은 환경과 상관없이 인간 그 자체로만 놓고 봤을때 좋은 친구의 조건을 말해주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만 하다. 그런 친구를 찾아보자는 생각 이전에 나부터 이런 친구가 되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 주위에 이런 좋은 친구들이 더 많이 모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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