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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사람이 변했다'는 말의 의미와 인성 (논어의 상지와 하우 ft. 정약용)

by 낭호 2023. 1. 7.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한 자기계발 유튜브 영상을 보다 어떤 외국인이 얘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곡이 히트를 쳐서 인기를 얻은 뮤지션 같았다. 자기가 뭐라도 된 양 차가운 표정과 말투로 자신의 지인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사람이 변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발전하고 성공하고 그러면서 사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는 나보고 변했다며 뭐라고 지적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반문한다. 
'너도 변하지 그랬어. 지금까지 뭐했는데 넌 그대로야?'"

 

영상은 이것이 성공하려는 사람이 가져야하는 태도라고 설명하며 끝을 맺는다.

 

과연 그럴까?

 

내 기준에서 '사람이 변했다'라는 말은 그 사람의 태도를 지적하는 말이다. 자신의 하는 일이 달라지고, 지위가 달라지면서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는 것이 옳은 일일까? 저 뮤지션은 지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아마도 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내 생각에 위의 사례는 성공론이 아니라 인성론에서 다루어야 하는 사례이다.

 

성공한 사람에게 항상 초심을 생각하고 겸손하라는 말은 그 성공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서는 안된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성공한 스타가 겸손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인성이 좋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국민 MC인 유재석이나 축구선수 손흥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왜 그런 말을 할까?

 

자신의 위치는 변했어도 사람에 대한 존중과 겸손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됨됨이, 즉 인성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위나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것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에 그러한 태도를 더욱 칭찬하고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논어 양화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子曰 : "唯上知與下愚不移."
공자 왈. "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이 바뀌지 않는다."

 

이것을 고집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을 통찰한 사람과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만이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삶의 의미를 깊이 깨달은 자는 자신의 본질을 지키는 것만이 인생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변하지 않고, 무능력하고 게으른 자 역시 변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다산 정약용은 이 구절의 의미를 사람과의 관계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인간 성품의 등급을 말함이 아니다.
선(善)을 지키는 사람은 비록 악한 사람과 서로 붙어 지내도 선한 습관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
가장 지혜로운 사람으로 부르지만, 악(惡)에 안주해버린 사람은 선한 사람과 아무리 붙어 지내도
습성이 옮겨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즉, 정약용은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라는 측면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인간의 본질, 성품이 아니라 습관, 습성 등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완장 하나 차는 순간에 싹 변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논어까지 갈 것도 없이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속담도 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진심으로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지니고 있는 가치관이 의심스러운, 신뢰를 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그러한 태도로는 인생에서 그 보다 더욱 중요한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것 뿐만 아니라 얻기도 힘들게 된다는 사실을 그순간에는 눈앞의 화려한 성공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한다. 

 

완장은 지속되지 않는다. 완장이 떨어지는 순간 완장을 보고 붙어 있던 수많은 사람들 역시 바로 떨어져 나간다. 남는 건 고독과 후회뿐이다. 자신이 인생에서 어떤 길을 어떻게 걷고 있던간에 사람 또는 삶에 대해 확립한 올바른 태도를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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